🏠 1. 오픈플랜 – 벽을 없앤 자유로움 vs 공간의 경계
미국 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벽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거실, 주방, 다이닝룸이 하나의 큰 공간처럼 이어져 있고, 시야가 탁 트여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오픈플랜 구조는 물리적인 경계를 허물고,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편안함과 가족 간의 소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누군가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반면 한국의 주거 공간은 좀 더 명확한 기능 구분이 있는 구조가 많습니다. 특히 아파트 중심의 구조에서는 방, 거실, 주방이 각각 독립적으로 구획되어 있고, 각 공간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이는 소음, 냄새, 사생활 보호 등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 속엔 ‘공간의 질서’라는 감각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신축 아파트나 리모델링 트렌드에서는 점점 오픈플랜 구조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주방을 가리기 위한 파티션이나 반투명 유리 가벽이 설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넘어서 삶의 방식과도 연결됩니다. 미국에서는 주방과 거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손님이 와도 주방을 공개하는 데 거부감이 없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방은 가족의 사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손님이 거실에 머무는 동안 주방은 되도록 가려지길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오픈플랜은 벽을 없애는 기술적인 선택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공간에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문화적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2. DIY 문화 – 직접 꾸미는 미국 vs 전문가 중심인 한국
미국 인테리어 문화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DIY’ 문화입니다. 미국에서는 집을 꾸미는 일에 있어서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공간을 더 애착 있게 꾸미고, 완성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홈디포(Home Depot)’ 같은 대형 자재 마트가 동네마다 있을 정도로 DIY에 대한 접근성도 높고, 유튜브나 SNS에서도 다양한 DIY 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페인트칠, 타일 붙이기, 선반 설치 같은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 작업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 직접 만든 책장이나 수납장을 보여주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전문가 중심의 인테리어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집 구조나 벽체, 전기 배선 등을 건드리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파트나 전세 위주의 주거 구조상 ‘원상복구’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DIY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셀프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확산되었고, 집을 단순히 사는 공간이 아닌 ‘꾸미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저 역시 작은 벽선반이나 조명 설치부터 시작해서, 오래된 가구를 페인트로 리폼해보기도 했습니다. 직접 꾸민 공간은 완성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오히려 그 손길이 느껴져서 더 애정이 갑니다.
미국처럼 본격적인 리노베이션까지는 어렵더라도, 한국에서도 점점 ‘내 손으로 공간을 바꾸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물이 아니라,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그 시도 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 3. 컬러감 – 자유로운 색채의 미국 vs 톤다운된 안정감의 한국
미국 인테리어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색의 다양성’입니다. 미국에서는 벽지나 가구의 색상이 훨씬 더 대담하고 자유로운 편입니다. 침실은 라벤더, 주방은 민트, 욕실은 짙은 네이비로 칠해져 있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공간을 채운다’는 개념이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집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즌이나 기분에 따라 러그, 커튼, 쿠션 같은 패브릭을 교체하는 것도 매우 흔한 문화입니다.
반면 한국의 인테리어는 컬러 사용에 있어 훨씬 더 절제되어 있습니다.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계열의 무채색 중심 구성은 ‘깔끔하고 넓어 보이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치, 전세나 매매를 고려한 인테리어가 많기 때문에, 색상의 선택도 ‘남들도 좋아할 만한 무난한 색’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사할 때 부동산 중개인이 “벽은 흰색으로 유지하세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컬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포인트 벽’이라고 해서 한 면만 짙은 색으로 칠하거나, 톤 다운된 올리브그린, 브릭오렌지 같은 컬러를 포인트로 활용하는 집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SNS를 통해 다양한 해외 인테리어 사례가 공유되면서, 나만의 감성을 표현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집이 ‘보여주는 공간’이기보다는, ‘내가 쉬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컬러도 조금씩 감각적이고 개성 있게 바뀌는 중입니다.
컬러는 공간의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미국은 과감하게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한국은 조용히 감성을 정돈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은 그 두 스타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취향과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섞이는 시대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공간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느냐는 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