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와비사비 – 불완전함에서 찾는 고요한 아름다움
일본 인테리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와비사비’입니다. 와비사비란 완벽하지 않은 것, 지나간 시간의 흔적, 단순하고 조용한 것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이 감성은 일본의 건축, 예술, 생활 전반에 녹아 있으며, 인테리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처음엔 그 미묘한 감각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곁에 오래 두고 바라볼수록 점점 그 깊이를 느끼게 됩니다.
와비사비를 반영한 공간은 꾸밈을 최대한 줄이고, 여백을 살리는 데 집중합니다. 벽 한쪽에는 오래된 목재 선반이 있고, 그 위엔 유약이 살짝 벗겨진 찻잔이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가구 표면의 흠이나 패인 자국조차 그대로 두며, 그것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색상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베이지, 옅은 회색, 어두운 나무색처럼 자연에서 온 톤이 주로 사용됩니다.
와비사비는 단순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새것보다 오래된 것을, 번쩍이는 것보다 바랜 것에 마음을 두며, 채우기보다 덜어내는 미학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그런 공간에 들어가면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자연스럽게 호흡도 느려집니다. 이 감성은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미니멀리즘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보기 좋음보다 ‘살기 좋음’에 방점을 두는 점에서, 와비사비는 지금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휴식의 감각을 잘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 2. 다다미 – 바닥에서부터 시작되는 생활의 방식
일본 전통 인테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다다미’입니다. 다다미는 볏짚으로 만든 직사각형 매트로, 방 전체 또는 일부 공간을 마감하는 데 사용됩니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 들어가면 먼저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거나 눕는 생활 방식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이런 바닥 중심의 생활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일본인의 몸짓과 시선, 그리고 공간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바꾸어 놓습니다.
다다미는 보기에도 따뜻하지만, 실제로 밟았을 때의 촉감도 부드럽고 쾌적합니다. 처음엔 옅은 연두빛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황토색으로 바뀌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그 색의 변화조차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세월의 흔적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와비사비 정신과도 닮아 있습니다. 방음이나 단열 효과도 좋고, 통기성도 좋아서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다다미 위에 놓는 가구 역시 매우 단순하고 낮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거나 방석에 기대어 앉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보니, 테이블이나 좌식 가구도 이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는 일본 여행 중 다다미 방에서 이틀을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틀이 마치 며칠을 쉰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속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요즘에는 전통적인 다다미 외에도 현대적인 조립형 다다미나 다다미 스타일의 러그가 등장하며, 실용성과 분위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다미는 단순한 인테리어 요소를 넘어 일본인의 정서와 삶의 리듬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 3. 저상가구 – 시선을 낮추면 마음도 여유로워집니다
일본식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가구의 높이가 전체적으로 낮다는 점입니다. 침대, 테이블, 소파 모두 바닥 가까이에 위치해 있으며, 이로 인해 공간이 한층 더 넓고 정돈되어 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처음에는 이 낮은 높이가 낯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저상가구는 단지 시각적인 선택이 아니라, 실제 생활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바닥에 앉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남아 있고, 무릎을 굽히거나 방석에 앉아 생활하는 형태가 일상 속에 녹아 있습니다. 이런 생활 구조에 맞춰 가구도 자연스럽게 낮아졌으며, 이를 통해 공간 전체가 ‘몸을 낮추는 구조’로 재편된 셈입니다. 덕분에 시야가 확장되고, 같은 크기의 공간도 훨씬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또한 저상가구는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감성과도 잘 어울립니다. 높이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요소가 사라지고, 가구가 공간에 ‘붙어 있는 듯한’ 안정감을 줍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도 답답하지 않고, 필요한 것만 두는 미니멀리즘 실천에도 효과적입니다. 저는 저상 침대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밖의 풍경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저상가구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원룸이나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분들에게 많이 선택되고 있습니다. 덜어내고 낮추는 이 방식은 공간뿐 아니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시선을 낮추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여유로워지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