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상하이! 와이탄의 야경에서 푸동의 마천루까지, 예원의 고즈넉함과 신톈디의 세련된 감성, 홍샤오러우와 샤오룽바오로 가득했던 맛있는 기억까지 담았어요. 마그레브 열차 타고 도심으로, 로컬 시장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꿀팁과 실속 정보로 가득 채운 여행의 모든 순간! 상하이의 다양한 얼굴을 함께 느껴보세요.
볼거리 — 동서양의 경계 위에 선 미래 도시
상하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도시 전체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리듬이었다. 중국의 경제 중심지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부터 활기차고 현대적이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상하이의 상징이라 불리는 와이탄(外滩)이었다. 황푸강을 따라 늘어선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맞은편 푸동 지역에는 동방명주탑, 상하이 타워, 진마오 타워 같은 초고층 빌딩들이 빛을 반사하며 서 있다. 마치 과거와 미래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녁 시간대에 와이탄 산책로를 걸으며 야경을 바라보는 순간은 이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간이었고, 거리마다 연인과 가족, 관광객이 뒤섞여 있는 모습에서 상하이의 국제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들른 곳은 유서 깊은 예원(豫园)이었는데,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전적인 정원 양식과 함께 곡선형 지붕, 연못, 석가산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마치 명나라 시대로 순간이동한 느낌을 주었다. 예원 근처의 상하이 라오청황먀오(老城隍庙)는 전통과 시장이 결합된 공간으로, 붉은 등과 목조 건물이 풍기는 중국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군것질과 기념품 쇼핑을 즐기기 좋았다. 이후 상하이 박물관과 도시계획전시관을 차례로 방문했는데, 박물관에서는 고대 청동기부터 당·송대의 도자기까지 방대한 유물을 감상할 수 있었고, 도시계획전시관에서는 상하이의 과거와 미래를 3D 모델과 함께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어 건축과 도시개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좋은 코스였다. 마지막 날에는 신톈디(新天地)를 찾았는데, 이곳은 전통적인 석고문(石库门) 건축을 현대식 카페와 레스토랑, 부티크 매장과 조화시킨 고급스러운 거리로,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느긋한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상하이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속도와 여유가 혼재된 도시였고, 어디를 가든 이 도시만의 독특한 결이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먹거리 — 상하이의 입맛은 달콤함과 깊이의 조화
상하이에서의 식도락 여행은 내가 지금까지 겪은 어떤 도시보다도 다채롭고 깊이 있었다. 첫날 저녁은 현지 친구의 추천으로 인민광장 근처의 '상하이반쯔(上海本子)'라는 레스토랑에서 시작했는데, 상하이의 대표적인 요리인 '홍샤오러우(红烧肉)'부터 주문했다. 돼지고기를 간장과 설탕, 술, 향신료로 졸여 만든 이 요리는 겉은 윤기 나고 속은 부드러워 입안에서 녹듯이 풀어졌고, 단짠의 밸런스가 아주 절묘했다. 함께 나온 '샤오룽바오(小笼包)'는 국물 가득한 소형 만두로, 살짝 찢어 국물을 먼저 마신 뒤 한 입에 넣으면 육즙의 향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아침은 난징루 근처의 로컬 딤섬 가게에서 시작했는데, 대나무 찜기에 나온 '탕바오(汤包)'와 '첸삥(煎饼)'을 먹으며 상하이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점심에는 푸동의 고층 빌딩에 있는 회전 레스토랑에서 도시 전경을 보며 코스 요리를 즐겼다. 퓨전 스타일로 재해석된 상하이식 해산물 요리와 수프, 마라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요리는 전통적인 맛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느낌이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황푸강 유람선 선착장 근처의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먹은 간단한 야식들이었다. '지엔빙궈쯔(煎饼果子)'와 꼬치구이, 볶음국수는 한밤중에도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활기찬 밤거리의 분위기와 함께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에는 프렌치 컨세션 지역의 브런치 카페에서 크로플과 라떼를 마셨는데, 상하이의 서구적인 일상 문화가 그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상하이의 음식은 전통적인 재료와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고, 이 도시의 입맛은 달콤하고 섬세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나는 맛이었다.
꿀팁 — 효율적인 여행을 위한 디테일 체크
상하이는 교통이 잘 정비된 대도시지만 그만큼 이동 동선과 시간 관리를 잘해야 만족도 높은 여행이 된다. 지하철은 총 20개 노선 이상으로 방대하게 퍼져 있으며, 대부분 영어 표기와 안내방송이 있어 외국인도 이용이 어렵지 않다. 상하이 교통카드인 ‘상하이톄카(上海交通卡)’는 편의점이나 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충전 후 버스·지하철·페리 모두 이용 가능하고 보증금 20위안 포함 카드 가격은 약 100위안 선이다. 지하철 요금은 구간별로 다르지만 평균 3위안에서 6위안 사이로 저렴하다. 공항에서 시내로의 이동은 푸동공항 기준으로 리니어 모노레일인 '마그레브(Maglev)'를 이용하면 8분 만에 430km/h 속도로 도착 가능하며 요금은 일반석 50위안, 왕복권은 80위안이다. 택시는 앱으로 호출하면 편하고 요금은 기본요금 14위안부터 시작하며 킬로미터당 추가요금이 붙는다. 숙박은 중심가 기준 3성급 호텔이 1박 300위안에서 450위안 사이이며, 고급 호텔은 700위안 이상도 많다. 미리 30일 전에는 예약하는 게 안전하다. 식비는 일반 레스토랑 기준 1인당 50위안에서 100위안, 고급 식당은 200위안 이상까지 가능하며, 길거리 음식은 10위안에서 20위안으로 저렴하고 다양하다. 상하이의 여름은 6월부터 8월까지로 평균 기온이 28도 전후이며 고온다습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와 양산, 보틀형 물통을 꼭 챙겨야 하고 실내 냉방이 강해 얇은 긴팔 옷도 유용하다. 겨울은 12월부터 2월까지로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날도 있어 두꺼운 외투, 방한모자, 목도리는 필수다. 레스토랑에서는 팁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지만, 고급 호텔에서는 짐을 들어주는 벨보이에게 10위안 정도, 룸 청소 직원에게는 1박당 10위안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현금보다 QR결제(위챗페이, 알리페이)가 일반적이지만 외국인 등록도 가능하니 미리 연동해 두는 것이 좋다. 상하이는 규모가 크고 관광지가 분산돼 있어 지역별로 하루씩 나눠 동선을 짜는 것이 효율적이며, 특히 주말에는 인기 장소가 혼잡하니 오전 9시 이전 입장을 목표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결론 — 세계가 교차하는 도시에서의 인상 깊은 나날
상하이에서의 여행은 단순한 도시 탐방을 넘어서 한 도시가 어떻게 과거와 미래, 동양과 서양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경험이었다. 와이탄의 유럽풍 건축물과 푸동의 유리빛 마천루가 강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상하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예원의 고요한 연못과 고풍스러운 건축 안에서 느꼈던 정적인 아름다움은 이 도시가 가진 깊이를 말해주었다. 샤오룽바오의 뜨거운 육즙을 머금은 순간부터 고층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도시의 야경까지, 상하이에서의 하루하루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고, 그 덕분에 이곳은 단순히 '크고 번화한 도시'를 넘어선, ‘이야기가 많은 도시’로 내 기억에 남았다. 상하이에서의 며칠 동안 나는 단지 관광객으로 머무른 것이 아니라, 이 거대한 도시의 흐름에 녹아들어 하루하루를 살아본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에 다시 상하이를 찾게 된다면 나는 또 다른 얼굴의 상하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 도시는 분명 그만한 깊이를 품고 있는 곳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상하이는 단지 보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는 도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