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왕조의 수도였던 시안은 병마용과 화청지, 대안탑과 성벽 등으로 고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입니다. 현지의 향신료 가득한 음식들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무슬림 거리까지, 역사와 맛, 이색적 경험이 어우러진 시안에서의 하루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볼거리 — 천년 고도, 시안의 시간을 걷다
시안은 정말 '중국의 시작'이라 불려도 아깝지 않은 도시였다. 고대 중국 13개 왕조의 수도였다는 무게감이 도시 곳곳에 녹아 있었고, 여행 내내 나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단연 병마용(兵马俑)이었다.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린퉁 구역에 위치한 이 유적지는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는 수천 개의 테라코타 군사 조각상이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공간이었고, 첫 번째 갱에 들어섰을 때는 말 그대로 압도당했다. 모두 다른 표정과 자세를 가진 병사들이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고대 세계의 위용을 직접 마주한 듯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다음 방문한 시안 성벽(Xi’an City Wall)은 내가 이 도시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만든 포인트 중 하나였다. 명나라 시대에 세워진 이 성벽은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아서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 수 있다.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일몰 무렵에 성벽 위를 달릴 때, 멀리 붉게 물든 도시와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인상 깊었다. 또, 대안탑(大雁塔)과 소안탑(小雁塔) 같은 불교 유적지들도 빠뜨릴 수 없다. 특히 대안탑은 당나라 시대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들여와 보관한 곳으로, 탑에 올라가면 시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역사적인 장소에서 현대 도시를 바라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내 중심의 회족거리(무슬림 스트리트)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이슬람 문화와 중국 문화가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특히 회족사원(Great Mosque)은 중국식 건축 양식과 이슬람 문화가 아름답게 융합된 건축물로서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이 도시에서 나는 역사를 눈으로 보고, 발로 밟고, 마음으로 느꼈다. 시안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였다.
먹거리 — 입으로 느끼는 천년의 맛, 시안의 미식기행
시안의 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것을 넘어서 중국 서부 지역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첫날 나는 회족거리에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거리마다 매캐한 불향과 향신료 냄새가 진동했고, 사람들은 노상에서 꼬치를 굽고 국수를 뽑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나는 '비양비양면(油泼扯面)'을 처음 맛보았다. 넓고 두툼한 수타면 위에 붉은 고추기름을 끼얹고 마늘, 식초, 파를 듬뿍 얹은 이 음식은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강렬했고, 맵고 시큼하고 기름진 맛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혀를 자극했다. 회족 특유의 양고기꼬치(羊肉串)는 향신료가 과하지 않아 더욱 좋았고, 즉석에서 구워 따끈한 상태로 제공되어 맥주 한 캔과 함께 먹기에 그야말로 최고의 야식이었다. 둘째 날 아침에는 시안의 전통 아침식사 중 하나인 '후라빙(胡辣汤)'과 '러우지아모(肉夹馍)'를 시도했다. 후라빙은 사천보다 더 깊고 구수한 국물 맛이 인상적인 고추탕으로, 아침에 먹기엔 꽤 묵직했지만 속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러우지아모는 중국식 햄버거로 불리는 길거리 음식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에 향신료에 졸인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먹는 방식으로, 한 입 베어물 때마다 육즙이 흘러나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맛이었다. 점심에는 시안 스타일의 냉면인 '량피(凉皮)'를 먹었는데, 탄력 있는 면발에 묵직한 소스가 얹혀진 심플한 조합이 의외로 계속 당겼다. 마지막 날 저녁은 고급진 전통 레스토랑에서 당나라 궁중 요리를 재현한 풀코스 식사를 경험했는데, 작은 접시에 담긴 다양한 요리가 예술품처럼 차려졌고, 배와 혀와 눈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시안의 음식은 그 지역의 역사와 민족적 배경을 함께 품고 있어서, 한 끼를 먹을 때마다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먹은 음식들은 단지 '먹었다'라는 기억이 아니라 '경험했다'는 감정으로 남았다.
꿀팁 — 시안 여행 전 꼭 알아야 할 정확하고 실용적인 정보들
시안은 대륙성 기후의 특성을 지닌 도시로 사계절이 뚜렷하다. **하계(6월에서 8월)**는 평균 기온이 약 28도 안팎으로, 낮에는 35도 이상까지 오르는 날도 자주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무덥고 습한 날씨가 많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얇은 긴팔 옷, 생수 텀블러 등을 꼭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동계(12월에서 2월)**는 평균 기온이 영하 2도에서 영상 5도 사이이며,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찬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가 더 낮게 느껴지기 때문에, 패딩, 장갑, 목도리, 보온 내의 등 보온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바람이 매서워 체감온도가 더 낮으니 보온에 유의하자.
교통은 매우 편리하다. 시안 셴양 국제공항(XIY)에서 시내까지는 지하철 14호선 → 1호선 환승을 통해 약 50~60분 소요, 요금은 약 10위안(약 1,800원) 내외이다. 공항버스는 약 25위안, 택시는 **약 120위안(약 2만4천 원)**으로 교통량에 따라 다르다. 시내 대중교통은 지하철과 버스가 주를 이루며, **지하철 1회권은 26위안(약 4001,200원)**으로 거리 비례 요금제를 따른다. 지하철 역에는 영어 표기가 병기되어 있어 외국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위챗페이, 알리페이, QR 교통카드, 단일권 구매 모두 가능하다.숙소는 성 안쪽 구시가지에 잡는 것이 관광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다. 3성급 호텔은 1박 250위안(약 5만 원) 내외이며, 45성급은 400600위안(약 8만~12만 원) 수준이다. 명절이나 성수기(춘절, 국경절 등)에는 최소 3주 전 예약이 필요하다. 병마용은 성인 기준 **입장료 120위안(약 2만4천 원)**이며, 성벽 입장료는 약 50위안, 자전거 대여는 1시간 기준 약 40~60위안이다.팁 문화는 중국 전역에서 일반적으로 강제되지 않지만, 고급 호텔이나 투어 서비스에서는 팁이 감사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호텔 청소 스태프에게는 1박당 10위안, 벨보이에게는 짐 1개당 5위안 정도가 적당하다. 일반 음식점이나 길거리 식당에서는 팁이 요구되지 않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식사 금액의 5~10% 정도를 남기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80위안 식사 후 88위안으로 반올림해서 건네는 방식이 자연스럽다.결제 수단은 대부분의 대형 상점, 호텔, 레스토랑에서 **신용카드, 위챗페이, 알리페이, 현금(위안화)**를 모두 받는다. 다만 회족거리, 소규모 노점이나 시장에서는 현금만 받는 곳이 여전히 많으므로 10위안, 20위안 단위의 소액 지폐를 넉넉히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외국인의 경우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록 시 여권과 해외 카드 연동 절차가 필요하니, 출국 전 앱 등록을 완료하거나 현금과 카드 병행 사용을 권장한다.마지막 팁으로는, 회족거리와 대안탑 분수쇼 같은 인기 지역은 저녁 시간에 인파가 매우 많으므로, 평일 또는 오전 시간대 방문을 추천한다. 특히 병마용은 입장권 줄과 실내 관람 인파 모두 많은 편이라, 오전 9시 이전 입장이 쾌적하다. 또, 일부 박물관과 관광지는 여권 지참 필수, 온라인 예매가 필요한 곳도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해두면 좋다.
결론 — 천년을 품은 도시, 시안이 내게 남긴 감정의 여운
시안은 단지 고대 유물의 도시나 역사 수업의 현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과거였고, 지금도 생생하게 숨 쉬는 도시였다. 병마용의 거대한 갱도를 걸으며 진시황제의 야망을 느꼈고, 성벽 위에서 느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냈는지를 몸으로 실감했다. 회족거리의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는 민족의 다양성과 문화의 융합을 직접 보고, 그 안에서 나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 관찰자 같았다.또한 시안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었다. 각각의 요리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고 있었고, 매 끼니마다 **"시안 사람은 이렇게 살아왔구나"**라는 체험이 따라붙었다. 러우지아모를 베어 물며, 비양비양면의 면발을 후루룩 넘기며 나는 중국 음식의 다양성과 깊이에 감탄했다.그리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 이 도시가 내게 던져준 진짜 메시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은 흘러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시안은 그 흔적들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었고, 여행자는 그 위를 천천히 걸으며 무언가를 느끼고 배워간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중국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시안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곳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남는 도시니까. 시안은 시간을 품고, 시간을 초월하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