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거울 위로 반짝이던 저녁 노을, 생굴 한 입에 와인 한 모금, 고딕 성당의 종소리와 트램 타고 흐르던 시간까지. 보르도는 단순한 와인 도시가 아니라 감성과 여유, 그리고 깊은 미식의 도시였어요. 하루가 모자랄 만큼 볼거리 가득한 골목길부터, 현지 시장에서 만난 진짜 프랑스의 맛, 그리고 어디서든 느껴지는 도시 특유의 품격 있는 분위기까지. 이 글은 그런 보르도의 모든 순간을 담아낸 아주 특별한 여정이에요. 와인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분위기 있는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 이 글을 읽고 나면 당신도 어느새 보르도행 비행기를 검색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볼거리
보르도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건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움이야. 아, 여기 진짜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이곳은 단순히 와인만 유명한 도시가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구시가지를 가진 정말 예술적인 도시거든. 가장 먼저 간 곳은 ‘플라스 드 라 보스(Place de la Bourse)’, 그리고 그 앞의 ‘물의 거울(Miroir d’eau)’. 말이 필요 없어. 이건 그냥 눈으로 봐야 돼. 낮에는 대칭이 예술이고,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서 진짜 환상적이야. 친구랑 찍은 사진들 중 최고가 여기서 나왔어. 그냥 대충 서 있어도 인생샷이 나오는 마법 같은 곳! 그다음으로 간 곳은 생트앙드레 대성당(Cathédrale Saint-André). 고딕 양식의 이 성당은 도시 중심에 있어서 지나가다 그냥 한번 들어갔다가, 한 시간 넘게 있었어.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비치는 빛이 너무 예뻐서 넋 놓고 있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몰랐지. 그리고 꼭 올라가야 하는 게 ‘페이 베를랑(Pey-Berland) 타워’. 약간 다리 후들거리긴 했지만 꼭대기에서 보르도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이건 진짜 경험해봐야 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쟈르댕 퍼블릭(Jardin Public)’이야.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인데, 현지인들이랑 관광객들이 같이 잔디밭에서 와인 마시고 책 읽고 노는 분위기가 너무 여유로워. 그날따라 날씨도 너무 좋아서 피크닉 느낌으로 점심 먹었는데, 이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 그리고 현대적인 보르도를 보고 싶다면 ‘시떼 뒤 뱅(Cité du Vin)’은 무조건 가야 해. 외관부터가 와인잔을 형상화한 건물인데, 안에 들어가면 와인의 역사부터 체험, 시음까지 다 할 수 있어서 와인 좋아하는 나로서는 천국이었어. 마지막으로는 갈리앙 게이트(Grosse Cloche)도 추천! 요즘은 SNS에서 핫한 포토존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보면 중세시대 타임슬립한 느낌이야. 도시는 전체적으로 걸어서 다니기 좋게 되어 있어서, 이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 오히려 하나하나가 눈에 담기니까 더 좋더라. 그냥 눈만 돌려도 미술관 같은 도시, 보르도는 그런 곳이야.
먹거리
보르도에선 와인이랑 음식 얘기를 빼면 섭하지. 프랑스 요리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보르도는 말 그대로 천국이었어. 우선 ‘엔트르코트(Entrecôte)’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프랑스식 버터소스랑 곁들여져서 고기의 풍미가 어마어마했어. 사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고기겠지 했는데, 입에 넣자마자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지. 그리고 보르도 와인과의 조합은 그냥... 예술. 적당한 바디감 있는 레드와인 한 잔 곁들이면 식사가 아니라 축제야. 그리고 보르도에서 유명한 디저트, ‘카눌레(Canelé)’는 무조건 먹어야 돼. 바삭한 겉과 쫀득한 속의 식감이 완전 반전이고, 럼 향이 퍼지는 그 맛이 너무 매력적이야. 아침마다 숙소 근처 빵집에서 갓 구운 카눌레랑 크루아상,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 마치 내가 프랑스인이 된 느낌? 또 ‘마르쉐 데 카퓌산(Marché des Capucins)’이라는 재래시장도 갔는데, 여기는 진짜 현지 로컬 느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야. 치즈랑 햄, 올리브, 신선한 해산물까지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지. 특히 굴(oysters)! 보르도 근처 아르카숑 베이에서 난 생굴을 즉석에서 까서 주는데, 그 짭짤하고 싱싱한 맛이 정말 잊을 수가 없어. 여기에 화이트 와인 한 잔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 또 어떤 날은 크레페 전문점에 갔는데, 달콤한 누텔라 크레페는 물론이고 짭짤한 햄치즈크레페까지 종류별로 다 먹었어. 밖에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와인 마시면서 식사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시간을 잊었지. 보르도는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느끼는 도시야. 미식 여행이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가 있을까 싶었어.
꿀팁
보르도 여행하면서 느낀 진짜 꿀팁들을 정리해볼게. 일단 첫 번째는 시티패스 무조건 추천! 24시간, 48시간, 72시간짜리로 팔고 있는데, 주요 박물관 입장,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시떼 뒤 뱅’ 입장까지 포함이라 진짜 가성비 갑이야. 이거 없었으면 입장료랑 트램 요금만 해도 부담 컸을 거야. 둘째, 트램 타기 쉽고 재밌다! 보르도는 트램이 잘 되어 있어서 구시가지부터 외곽까지 다닐 때 매우 편해.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번호도 단순하고 앱으로 실시간 확인도 가능해서 금방 익숙해져. 셋째는 와인투어 예약은 미리미리! 보르도 와이너리는 특히 샤토 마고, 샤토 라뚜르 같은 곳은 인기 많아서 현장 예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미리 사이트에서 시간 정해서 예약하고 가면 투어도 듣고 시음도 하고 너무 좋아. 넷째, 식당 예약도 습관처럼 해야 돼. 특히 저녁엔 로컬 식당이 일찍 마감되거나 예약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당일 예약이 어려워. 점심 먹고 나서 미리 디너 예약 해두면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 다섯 번째는 물의 거울은 아침 일찍 가라. 사람이 적을 때 가야 사진도 예쁘고, 물 위에 비치는 반사 효과가 최고야. 여섯 번째, 비 오는 날 대비는 필수! 보르도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 작은 우산 하나는 꼭 들고 다니길 추천해. 또 언어는 기본적인 프랑스어 인사말은 외우자! “봉쥬르”, “메르시”, “실부쁠” 같은 인사 한마디에 현지인들 반응이 완전 달라져.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꿀팁! 보르도 숙소는 되도록 구시가지 쪽으로 잡자. 밤에도 안전하고, 맛집과 주요 관광지들이 도보권이라 효율적이야. 숙소에서 물의 거울까지 걸어가던 그 골목 골목이 영화 같았어.
결론
보르도에서 보낸 며칠은 지금 생각해도 꿈 같아. 처음에는 그냥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라 해서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간 여행지였는데, 막상 갔다 오니 내 여행 인생에서 가장 여운이 긴 도시로 남았어. 도시 자체가 너무 예쁘고, 역사적인 건축물과 세련된 도시 분위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느낌이라 마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숨 쉬는 곳 같았어. 낮에는 고딕 성당을 걸으며 고요한 성스러움을 느끼다가, 오후에는 물의 거울 앞에서 반사되는 햇살을 보며 평화로움을 즐기고, 저녁에는 트램 타고 와인바에서 라이브 음악 들으면서 와인 한잔.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 싶은 일상들이 보르도에선 자연스러웠어. 솔직히 말하면 여행지에서 와인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는 말, 너무 인스타 감성 같다고 생각했는데 보르도에서는 그게 진짜 삶의 일부였어. 나도 모르게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사진 찍는 손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어. 그만큼 여유와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도시였던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사람들의 친절함이었어. 프랑스 여행이 처음이어서 걱정도 많았는데, 보르도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불어를 못해도 웃으면서 도와주는 모습이 많았어. 현지 시장에서 굴을 까주던 아주머니, 트램 타는 법을 알려주던 할아버지, 카페에서 추천 메뉴를 설명해준 젊은 직원까지, 여행의 기억을 아름답게 해준 건 결국 그런 따뜻한 순간들이었어. 그래서인지 돌아오는 날엔 괜히 아쉬워서 물의 거울 앞을 한 번 더 걷고, 카눌레 하나 더 사서 가방에 챙기고, 와인 샵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혼자든 친구랑이든 다시 꼭 가고 싶은 도시야. 이번 여행은 그냥 도시를 본 게 아니라, 보르도라는 하나의 감정과 분위기를 몸으로 흠뻑 느끼고 온 느낌이야. 보르도, 다음에 또 보자. 넌 진짜 잊을 수 없는 도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