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햇살 가득한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보낸 생생한 여행기! 대성당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 구항구의 활기찬 거리 풍경, 칼랑크의 자연 절경까지 눈과 마음이 함께 움직인 하루들. 해산물 가득한 부야베스와 현지 비스트로의 진한 향신료 요리까지 입안 가득 지중해의 풍미를 담았고, 여행 꿀팁은 물론 안전과 현지 분위기까지 솔직하게 담아낸 리얼 후기로 준비했어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마르세유의 매력을 블로그 한 편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볼거리
마르세유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눈과 마음을 한 방에 훔쳐간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이었는데 언덕 꼭대기에서 도시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이 성당은 내부의 금빛 모자이크 장식과 고요한 분위기가 인상적인데 그보다도 외부에서 보는 도시의 파노라마 뷰가 진짜 예술이다. 조금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올라가면 붉은빛으로 물드는 마르세유 항구와 구시가지가 말 그대로 ‘회화’처럼 펼쳐진다. 그 다음으로 들른 ‘구항구(Vieux-Port)’는 마르세유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수많은 요트와 어선들이 한가로이 떠있는 항구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거리 악사들이 연주하는 재즈나 샹송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주말 오전이면 열리는 생선 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활기 넘치는 어시장 풍경과 신선한 해산물, 특유의 활어 냄새가 묘하게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고 현지인들의 일상을 자연스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곳은 ‘레 파니에(Le Panier)’라는 오래된 동네인데,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형형색색의 그래피티와 특이한 간판들, 그리고 골동품 상점, 작은 카페들이 숨겨져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 책자에서 본 것보다 더 다채롭고 현실감 있는 매력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골목을 누볐다. 도시 외곽으로 조금 나가면 ‘칼랑크(Calanques)’라고 불리는 석회암 절벽 지형이 펼쳐지는데,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절벽이 어우러진 이 풍경은 솔직히 사진으로는 10분의 1도 담기지 않는다. 나는 보트를 타고 들어갔는데, 중간중간 수영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며 프랑스 남부의 자연이 주는 축복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마르세유는 유럽 도시들 중에서도 역사적 볼거리와 자연경관, 지역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하루하루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다음 코스를 기다리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먹거리
마르세유 여행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솔직히 말해서 먹거리였다. 프랑스 음식 하면 파리나 리옹을 떠올리기 쉬운데 마르세유는 지중해의 태양과 바다가 선사하는 재료들을 기반으로 한 요리들이 진짜 미친듯이 맛있다. 가장 먼저 도전한 건 마르세유의 대표 음식 ‘부야베스(Bouillabaisse)’였다. 원래는 어부들이 잡고 남은 생선으로 끓이던 생선 스튜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향신료와 사프란을 넣고 진하게 우려낸 별미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먹는 거지 싶었는데, 바삭한 바게트를 국물에 찍어 먹고, 고명처럼 올라간 다양한 생선살을 발라서 먹다 보니 진한 국물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닷바람 맞으며 야외 테라스에서 먹는 그 한 끼는 아직도 눈 감으면 떠오른다.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마르세유의 해산물 플래터인데, 신선한 굴, 홍합, 새우, 바닷가재가 푸짐하게 나오는 이 해산물 접시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화이트 와인 한 잔이랑 곁들이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해산물 말고도 마르세유는 향신료와 올리브 오일, 허브를 아낌없이 쓰는 음식 문화가 있어서 타파스처럼 다양한 접시들을 나눠 먹는 재미가 있다. 작은 골목에 있는 ‘르 쉬엥 누아르’라는 이름의 비스트로에서는 지중해식 양고기 스튜를 먹었는데, 고기는 부드럽고 풍미가 살아 있어서 프랑스 남부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디저트도 빠질 수 없지. 레몬 타르트는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상큼하고, ‘나바트’라는 마르세유 전통 사탕은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많이 사가는 인기 아이템이지만 입안에서 은근하게 퍼지는 단맛이 중독적이다. 또 하나, ‘피사라디에르’라고 불리는 마르세유식 양파 피자는 우리나라의 호떡과 피자의 중간쯤 되는 맛이라 재미있었다. 종합하자면, 마르세유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먹는 재미’가 풍부하고, 해산물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미쳐버릴 만한 도시다. 단순한 미식 이상의 경험, 이건 정말 한번 직접 맛봐야 안다.
꿀팁
마르세유는 생각보다 큼직하고, 언덕과 계단이 많은 도시라 편한 신발은 필수다. 특히 레 파니에 지구나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에 갈 때는 바닥이 미끄럽거나 경사진 길이 많아 구두나 슬리퍼보다는 쿠션감 있는 운동화가 최고다. 두 번째 꿀팁은 교통수단인데 마르세유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지하철과 버스를 잘 활용하면 웬만한 관광지는 다 갈 수 있다. 하지만 단기 여행자라면 ‘시티패스’를 꼭 사길 추천한다. 박물관, 교통, 보트투어까지 포함된 이 패스는 가격 대비 정말 효율적이고 시간을 엄청 절약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안전인데, 솔직히 마르세유는 프랑스 다른 도시에 비해 소매치기나 낯선 시비가 좀 있는 편이다. 특히 구항구 근처나 역 앞쪽은 늦은 밤엔 혼자 다니지 않는 게 좋고, 가방은 꼭 앞으로 매고 다니는 게 좋다. 나는 첫날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다녔다가 어떤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거는 바람에 괜히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별일 없었지만 이후로는 더 조심하게 됐다. 네 번째는 음식점 예약인데 특히 주말 저녁이나 인기 레스토랑은 꼭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마르세유 사람들은 저녁 식사를 천천히, 오래 즐기는 편이라 회전율이 낮아 예약 없이 가면 입구에서 헛걸음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햇볕! 마르세유의 태양은 진짜 장난 아니다. 심지어 흐린 날에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자외선이 강하다. 썬크림은 SPF50 이상짜리 꼭 챙기고, 선글라스와 챙 넓은 모자도 필수템이다. 개인적으로는 수건 한 장 가방에 넣어두면 해변이나 칼랑크 투어 갈 때 진가를 발휘한다. 물놀이 후에도, 더위 식힐 때도, 갑자기 모래 바닥에 앉아야 할 때도 유용했다. 작은 팁이지만 여행 내내 체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된다.
결론
프랑스 마르세유는 단순히 여행지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이다. 도시 곳곳을 거닐며 만나는 색색의 벽화, 골목마다 풍기는 향신료 냄새, 항구에서 불어오는 바람, 구항구의 재즈 선율, 석양에 물드는 칼랑크의 절경, 그리고 식탁 위에 오르는 싱싱한 해산물 한 접시까지 그 모든 순간이 오감에 남는다. 여행이라는 단어에 ‘맛, 풍경, 사람, 에너지’를 모두 담아보고 싶다면 마르세유만큼 알찬 도시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곳에서 하루하루가 선물 같았고, 늘 뭔가 새로운 걸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때로는 언어가 잘 안 통하거나, 조금 거친 분위기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런 작은 불편조차도 나중에는 그 도시를 더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마르세유는 완벽한 도시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도시’였고, 그 생생함은 내가 이 도시를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나만의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파리처럼 클래식한 미를 기대하기보다는 보다 생동감 있고 로컬한 프랑스를 느끼고 싶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마르세유를 추천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도시는 자신만의 속도와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한 번쯤은 그 리듬에 몸을 맡기며 푹 젖어드는 것도 인생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