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한국의 인테리어는 실내외의 경계 설정, 야외 공간 활용도, 그리고 여백 중심의 구조 철학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두 나라의 공간 구성 방식을 비교하며, 각각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어떻게 인테리어에 반영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 경계를 허무는 설계 철학: 호주의 실내외 연결 vs 한국의 공간 분리
호주 인테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실내와 실외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현관에서 거실, 그리고 야외 데크까지 이어지는 공간은 마치 한 덩어리처럼 설계되어 있어 집 안에서도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는 호주의 풍부한 일조량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가능하며, 건축적 설계에서도 슬라이딩 도어, 전면 유리창, 접이식 벽면 등을 활용해 물리적인 경계를 최소화한다. 실내 공간의 바닥재와 외부 데크의 마감재를 동일하게 연결하는 등, 시각적인 연속성도 강조된다.
이러한 개방성은 단순한 구조의 특징을 넘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반영한다. 아이들은 뒷마당과 거실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식사는 데크나 베란다에서 즐기며, 하루 일과의 일부가 햇살과 바람 속에서 흘러간다. 반면 한국의 주거문화는 상대적으로 공간의 경계가 뚜렷한 구조를 선호해왔다. 특히 아파트 중심의 도시형 주거는 실내와 실외가 명확히 나뉘며, 실내에서 외부로 나가는 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많다. 발코니는 외부 공간이지만 대개 창문으로 완전히 닫혀 있으며, 거실과 마당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는 보기 드물다. 특히 도시 내에선 소음, 먼지, 사생활 보호 등 여러 이유로 외부와 단절된 설계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크다. 이처럼 호주는 자연을 끌어안으며 경계를 허물고, 한국은 실내에 집중하며 경계를 짓는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도 ‘루프탑 테라스’나 ‘확장형 베란다’ 같은 구조를 통해 실내외 연결감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삶의 방식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 야외 공간의 확장성: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주거 풍경
호주의 주택 구조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 중 하나는 단연 야외 공간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뒷마당, 앞마당, 데크, 야외 주방, 파고라, 심지어 야외 욕조까지—이 모든 공간이 실제로 사용되며, ‘생활’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가족들은 주말이면 데크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잔디밭에 텐트를 쳐서 캠핑 느낌을 내기도 한다. 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을 넘어서 놀이공간, 휴식처, 업무 장소까지 겸하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그 활용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처럼 야외 공간을 하나의 '방'처럼 사용하는 호주의 주거 방식은 그들의 여유롭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특히 사계절 내내 비교적 온화한 날씨와 낮은 인구밀도는 이런 야외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배경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야외 공간이 제한적이고 활용도 역시 낮은 편이다. 아파트가 주거의 중심이기 때문에 마당이나 정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베란다조차 확장 공사로 인해 실내 공간에 흡수되는 추세다. 일부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서는 마당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관리의 어려움과 계절적 한계 때문에 실사용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캠핑, 가드닝, 홈카페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야외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발코니에 잔디 매트를 깔거나, 미니 파라솔과 조명으로 꾸며 작은 테라스를 연출하는 등, 한국식 야외 공간 활용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3. 여유 공간 중심 설계: 낭비가 아닌 여백으로의 전환
호주의 인테리어는 ‘여유 공간’을 위한 구조 설계가 특징적이다. 단순히 넓은 면적 때문만은 아니다. 호주에서는 공간의 ‘빈 채움’ 자체를 하나의 가치로 본다. 예를 들어, 복도와 벽면 사이의 여백, 가구 간의 간격, 천장과 창의 높이, 거실과 다이닝룸의 연결감 등이 모두 ‘비움의 미학’을 고려한 결과다. 그 공간은 필요할 때 다양한 용도로 변주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시각적, 심리적 개방감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이러한 설계는 ‘넓은 집=좋은 집’이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집*이 좋은 집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인테리어는 오랫동안 *수납 중심의 구조*를 발전시켜왔다. 한정된 면적 안에 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담기 위해 벽면 붙박이장, 다락 수납, 멀티가구 등이 발전했고, 공간의 효율성과 실용성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여백보다는 밀도에 집중하다 보니, ‘넉넉함’보다는 ‘가득함’의 인테리어가 많아졌고, 이는 시각적 피로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미니멀리즘과 플렉서블한 공간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우는 수납’, ‘확장형 구조’, ‘이동 가능한 가구’ 등의 트렌드는 공간을 다양하게 쓸 수 있게 하며, 한정된 공간에서도 여백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결론: 좁고도 넓게, 넓고도 깊게—공간을 대하는 두 시선
호주와 한국의 인테리어는 기후, 주거 구조, 문화적 정서, 생활 패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호주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구조, 야외 공간의 확장성, 여유로운 비움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한국은 효율성, 밀도, 기능 중심의 구조 속에서 정돈된 아름다움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자연을 끌어들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호주 역시 고층 아파트나 스마트 홈 시스템 등 도시형 인테리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 결국 인테리어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삶을 담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삶을 꿈꾸느냐에 대한 질문이고, 공간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담는 그릇이 될 뿐이다.